【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방황은 끝~이제는 꿈꾸고 싶어요."
지난 19일 오후 영등포학교밖청소년센터(꿈드림 센터)에서 만난 3명의 청소년은 앳된 얼굴을 갖고 있었다. 이제 성년의 문턱에 들어설 나이지만 얼굴에는 아직 여드름 자국이 선명했다.
이들은 '학교밖 청소년'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학업포기 청소년, 탈학교 청소년 등으로 불렸다. '학교밖 청소년=비행 청소년'이란 사회적 선입견을 뚫고 이들은 이제 저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가족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마련한 지역 꿈드림 센터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것. 우선 바리스타의 길을 걷고 있는 여모(18) 군.
여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학교를 그만 뒀다. 초등학교 5~6학년, 그리고 중학교 2~3학년 때 이미 2차례 고비가 있었다. 여군은 지난해 주변의 소개로 꿈드림 센터를 찾았다. 심리정서 지원을 받았고,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했다. 이 와중에 CJ푸드빌이 꿈드림 센터에서 진행한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수강한 뒤 2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당당히 땄다.
여군은 "예전에 중·고교 때 공부도 못하고 학교에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며 "집안도 어려워서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학교, 고교 때 사고를 많이 쳤다"고 쑥스럽게 말한 여군은 "꿈드림 센터는 처음에는 상담을 하러왔다. 처음에는 휴식을 갖고 좋았다. 선생님도 많이 뵙고 편해서 내 집처럼 놀러다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된 바리스타 인턴생활을 떠올렸다.
여군은 "정말 재밌었다. 가장 관심이 가더라. 연습을 하고 실전까지 그대로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꿈드림 센터를 다니면서 성격도 바뀌고, 사회생할을 하면서 적응하고, 검정고시도 합격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좀 더 하고 싶은 것과 즐기고 싶은 곳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안정적이진 않아 대학교 생각 안 했지만 대학교까지 가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천에 사는 김모군(18)은 2014년 여름에 고등학교를 그만 뒀다. 학업에 흥미가 없었고, 가정형편도 좋지 않았다. 방안에 틀어박혀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했다.
김군은 "잘 하는 게 없었다. 학교를 이렇게 계속 다녀야 하나 생각해서 자퇴했다"며 "꿈드림 센터는 작년에 엄마가 소개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센터에 나가기가 귀찮았다. 지각도 밥 먹듯이 했다. 센터 선생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김군을 꼬셨다(?).
김군은 대학생 형들의 지도로 이천시청소년지도 앱 제작 청소년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미용실, 식당, 의류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만들고 보니 제법 쓸모가 있었다. '앱 연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는 "나에게 앱은 놀이공간이다. 내가 내성적이었는데 꿈드림에 오면서 많이 달라졌다"며 "꿈드림에 감사한다. 잘 나오지 않던 나를 전화애서 불러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하게됐다"고 말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군에게는 큰 보상(?)이 주어졌다.
대학생 멘토형의 지도로 앱 제작에 공을 들인 덕에 올해 청강문화산업대학 모바일스쿨 스마트미디어 학과에 합격했다.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 방안을 벗어나지 못한 김군은 올해 경기도청소년상 개척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모(18)군 역시 학업에 흥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를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단다. 부모도 이혼을 해 박군을 챙겨줄 이가 없었다.
박 군은 "처음에는 친구들이 데리러 왔다. 나중에는 선생님까지 집으로 찾아와 통학을 시켜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당장 먹고살게 빠듯했단다.
박군은 "집안도 안 좋고, 학교도 안 나가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학교를 때려치웠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교 가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며 "무조건 졸업하면 돈 벌어서 놀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세상살기는 만만치 않았다.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던 그는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차별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사장님들이 마지막으로 학교를 어디 나왔냐고 물어요. 자퇴했다고 하면 시선이 달라요. 검정고시라고는 말 못하고…뭐랄까. 만만히 본달까. 어떤 사장님은 300만원이나 제 월급을 떼먹었어요."
대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어머니가 이천 꿈드림 센터 안내 책자를 갖고 와 수강을 권했다.
박군은 이천 꿈드림 센터에서 평소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배웠다. 가고 싶은 과는 뮤지컬 관련학과다.
박군은 "여기선 학교에서도 할 수 없었던 것, 가령 행사 때 사회를 보게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연계해줘서 학원에 다닐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학교보다 더 편하게 지낸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대학교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군은 "처음에는 여기서 얼마나 도와주겠느냐 생각이었다. 대학교 간다는 거 자체가 부담이었는데 이젠 갈 수 있단 용기를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3명의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스스로 '놀만큼 놀았다'(?)고 자부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언뜻 묻어났지만 다시 돌아갈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흔치않은 경험이 또래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셋 중 처음 대학생이 된 김군은 인터뷰 말미에 "잘 하지는 않지만 나도 대학생 형처럼 멘토가 되어서 아이들 센터에서 가르치고 싶다"며 "이제는 꿈을 꿈을 꾸고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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